이더리움 2027년 ‘헤고타’ 업그레이드, ETH 없이도 가스비 결제 가능해진다

현재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지갑에 USDC나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가스비로 사용할 ETH가 없으면 일반적인 방식으로 자산을 전송하기 어렵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기본 트랜잭션 수수료가 ETH로 정산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2027년으로 예정된 헤고타(Hegotá) 업그레이드에 EIP-8141 ‘프레임 트랜잭션(Frame Transactions)’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IP-8141의 핵심은 트랜잭션 검증과 실행, 가스비 지불을 하나의 고정된 구조로 묶지 않고 각각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이나 제3자가 사용자의 가스비를 대신 지불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ETH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른 자산을 활용해 트랜잭션을 실행하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ETH 기반 수수료 체계를 폐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용자에게 보이는 결제 방식은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추상화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 차원에서 검증자에게 지급되는 가스비는 여전히 ETH를 기반으로 정산된다.
현재 ETH는 2,000달러 중반대에서 거래되며 최근 상승 이후 제한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EIP-8141은 단기 가격 촉매제라기보다 이더리움 지갑과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성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장기 프로토콜 변화에 가깝다.
이더리움 뉴스: EIP-8141, 2027년 헤고타 업그레이드 포함 예정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은 지난 8월 27일 열린 ‘All Core Developers Execution(ACDE)’ 회의에서 EIP-8141의 상태를 헤고타 업그레이드의 ‘Scheduled for Inclusion’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프레임 트랜잭션은 단순 검토 단계에서 벗어나 헤고타 실행 레이어의 주요 변경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이더리움 재단이 9월 7일 공개한 헤고타 EIP 평가에서도 EIP-8141은 실행 레이어 핵심 제안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헤고타는 글람스테르담(Glamsterdam) 이후 진행되는 이더리움의 차기 주요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다. 이더리움 공식 로드맵은 현재 헤고타 메인넷 목표 시점을 2027년 2분기로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헤고타라는 이름은 실행 레이어 업그레이드인 ‘Bogotá’와 합의 레이어 업그레이드인 ‘Heze’를 결합한 것이다.
다만 ‘Scheduled for Inclusion’이 현재 코드가 완성돼 메인넷 배포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EIP-8141의 공식 상태는 여전히 Draft다. 향후 클라이언트 구현과 테스트넷 검증, 보안 검토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양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더리움 공식 로드맵 역시 헤고타의 전체 범위와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메인넷에서 프레임 트랜잭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2027년 실제 적용까지 추가 개발과 테스트가 필요하다.
프레임 트랜잭션이 가스비 결제에 중요한 이유
EIP-8141이 해결하려는 대표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토큰은 있지만 ETH가 없어 거래를 못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이더리움 지갑에 1,000 USDC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일반적인 트랜잭션 구조에서는 USDC를 다른 주소로 보내기 위해 별도의 ETH를 확보해 가스비를 지불해야 한다.
프레임 트랜잭션은 이 과정에서 트랜잭션 검증과 가스비 승인, 실제 실행을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분리한다.
EIP-8141 공식 문서는 새로운 트랜잭션 유형을 통해 유효성 검증과 가스 지불 방식을 사용자가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각 프레임은 트랜잭션 검증, 가스 지불 승인 또는 실제 사용자 작업 등을 담당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애플리케이션이나 다른 계정이 이용자의 가스비를 대신 부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앱에 USDC로 비용을 지불하고, 앱은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네트워크 가스비를 ETH로 정산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즉 송신자와 가스비 지급자가 반드시 동일한 계정일 필요가 없어진다.
이더리움 공식 개인정보 보호 로드맵 역시 프레임 트랜잭션이 가스비 추상화(Gas Fee Abstraction)를 지원해 개인정보 보호 애플리케이션 등이 사용자의 온체인 주소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트랜잭션 비용을 대신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ETH가 없어도 거래할 수 있다’는 경험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EIP-8141의 작동 원리
EIP-8141은 하나의 트랜잭션을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구성한다.
프레임마다 검증과 가스비 승인, 실행과 같은 서로 다른 작업을 담당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이더리움 트랜잭션보다 훨씬 유연한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공식 사양에 따르면 새로운 Frame Transaction은 송신자(sender)와 프레임 목록, 서명, 수수료 설정 등을 하나의 트랜잭션 안에 포함한다. 최대 64개의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현재 초안이 설계돼 있다.
이 구조는 가스비 대납 이상의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여러 작업을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묶는 배치 실행이 쉬워지고, 스마트 계정이 자체적인 트랜잭션 검증 규칙을 설정할 수도 있다.
기존 외부소유계정(EOA)이 특정 ECDSA 키에 강하게 연결돼 있는 것과 달리 프레임 트랜잭션에서는 계정 인증 방식 자체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기 때문에 네이티브 키 교체(Key Rotation)도 가능해질 수 있다.
EIP-8141의 공식 문서는 이를 통해 현재의 타원곡선 기반 서명 방식에서 향후 포스트 퀀텀(Post-Quantum·PQ) 보안 시스템으로 이동할 수 있는 네이티브 경로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특히 장기적으로 중요한 변화다.
양자 컴퓨팅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서명 체계를 도입해야 할 경우, 프레임 트랜잭션이 적용된 스마트 계정은 자산을 새로운 주소로 모두 옮기지 않고도 인증 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EIP-8141 자체가 특정 양자내성 알고리즘을 즉시 이더리움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인증 방식을 네이티브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ERC-4337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이더리움에서도 ERC-4337을 이용하면 가스비 대납과 스마트 계정, 배치 트랜잭션 등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ERC-4337에서는 일반 트랜잭션 대신 UserOperation을 생성하고, 번들러(Bundler)가 이를 모아 이더리움에 제출한다. 페이마스터(Paymaster)를 활용하면 다른 주체가 사용자의 가스비를 대신 지불할 수도 있다.
차이는 구현 계층에 있다.
ERC-4337은 이더리움의 기본 합의 규칙을 수정하지 않고 별도의 스마트컨트랙트와 번들러 인프라 위에서 계정 추상화를 구현한다.
반면 EIP-8141은 프레임 트랜잭션이라는 새로운 기본 트랜잭션 타입을 이더리움 프로토콜 자체에 도입한다. 즉 계정 추상화의 주요 기능을 네트워크의 기본적인 트랜잭션 처리 방식에 직접 포함하는 접근이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EIP-8141을 단순한 가스비 결제 개선안보다 ‘네이티브 계정 추상화(Native Account Abstraction)’를 위한 핵심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최근 EIP 평가에서 프레임 트랜잭션을 포스트 퀀텀 서명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경로와 키 관리 개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헤고타 실행 레이어의 핵심 제안으로 평가했다.
업그레이드 후에도 ETH의 역할은 유지된다

EIP-8141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은 ‘ETH 없이 가스비를 낼 수 있다’는 표현이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맞는 설명이다. 이용자가 지갑에 ETH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애플리케이션이나 다른 계정이 가스비를 대신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더리움 프로토콜 차원에서는 여전히 ETH가 가스비 정산 자산이다.
프레임 트랜잭션은 누가 가스비를 지불하는지와 그 비용을 사용자에게 어떤 자산으로 청구할지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지, 이더리움의 기본 수수료 자산을 다른 토큰으로 교체하는 제안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USDC로 가스비 상당액을 앱에 지급하더라도 앱이나 스폰서는 최종적으로 ETH를 사용해 네트워크 수수료를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프레임 트랜잭션이 도입되더라도 이더리움에서 ETH가 갖는 수수료 정산 기능은 유지된다.
다만 이용자에게 ETH 보유를 강제하던 현재의 사용자 경험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신규 사용자가 거래소에서 ETH를 별도로 구매해 자신의 지갑으로 보내지 않고도 스테이블코인 결제나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갑과 결제 애플리케이션 입장에서는 상당한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게임, 소비자용 Web3 애플리케이션처럼 사용자가 블록체인 내부 구조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의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EIP-8141의 핵심은 ETH를 가스비 시스템에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가스비를 어떻게 지불하는지를 추상화하는 데 있다.
현재 프레임 트랜잭션은 헤고타 업그레이드 포함 예정 상태에 올라가 있지만 공식 사양은 여전히 초안이다. 헤고타 자체도 현재 2027년 2분기 메인넷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 정확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2027년 실제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기 전까지 구현 방식과 지원 기능,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EIP-8141이 계획대로 적용된다면, ‘가스비를 내기 위해 먼저 ETH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이더리움의 오랜 사용자 경험이 크게 달라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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